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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의 여름밤 (Moving On) [2020] 리뷰 스포일러 옥주(최정운)와 동주(박승준)는 방학을 맞아 아빠(양흥주)를 따라 할아버지(김상동)의 집에서 지낸다. 놀러 간다기보다는 이사 형태의 이동이다. 그 집엔 결혼한 고모(박현영)도 눌러살게 되며 할아버지, 고모, 아빠, 옥주와 동주 이렇게 5명의 동거가 시작된다. 할아버지는 꽤 말이 없고 조용하다. 나이 든 탓도 있겠지만 아빠가 할아버지의 장난스럽던 모습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에 고모가 다소 놀라는 것을 보면 원래 무뚝뚝한 편인 아버지였던 듯하다. 갈 곳 없어 모인 할아버지의 집에 아빠와 고모는 자식으로서 당연하다는 듯 고마움을 모른다. 다가오는 할아버지의 생일에도 구색 맞춘 케이크와 축하면 된다는 듯 나이 든 남매는 합의한다. 그렇게 조촐하게 준비된 생일은 그래도 여느 집 부럽지 않게 화목하고 생일의.. 2020. 11. 10.
Still Life (스틸 라이프) [2013] 리뷰 스포일러 존 메이(에디 마산)는 시청에서 고독사 한 사람들의 연고자를 찾는 사람이다. 연고자를 찾아내야만 장례를 치러줄 수 있기에 존은 어떻게 해서든 고인의 연고자를 찾아내려 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앨범을 들추어 고인들의 일생을 추적해 가며 연고자를 굳이 찾아내어 장례식을 치른다. 덕분에 그의 업무 진행속도는 느리다. 그래서 그는 직장 상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는다. 이에 존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이웃으로 살고 있었던 윌리엄 스토크의 고독사 건만은 처리하고 가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존은 윌리엄의 집에서 발견한 앨범에 있는 여자아이의 정체를 쫓는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윌리엄은 꽤 망가진 인간이다. 가족에 대한 책임감도 없었으며 이렇다 할 능력도 없이 술에 빠져 본능대로 사는 사람이다. 그래도 가끔은.. 2020. 10. 18.
Melancholia (멜랑콜리아) [2011] 리뷰 스포일러 영화의 1장에서 저스틴(커스틴 던스트)은 친언니 클레어(샤를로뜨 갱스부르)가 준비해준 자신의 결혼식에 참석한다. 처음에는 즐거워 보이던 저스틴이지만, 점점 내면의 만성적인 우울을 참지 못한다. 그 원인은 독립적이고 이기적인 자신의 어머니 게비(샤롯 램플링) 일 수도, 철없는 아버지 덱스터(존 허트), 결혼식에서까지 일하기를 원하는 자신의 직장 상사 잭(스텔란 스카스가드), 값비싼 예식비용을 지불해준 걸로 압박하는 클레어의 남편 존(키퍼 서덜랜드) 일 수도 있다. 클레어가 그런 저스틴을 대하는 태도로 보아 저스틴의 이러한 우울로 인한 일탈은 다소 반복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식이 진행되는 도중 빠져나와 잘 정돈된 골프 필드에 배설을 하거나 방에서 목욕을 하는 등 저스틴은 자신의 행복한 날에서 도망.. 2020. 10. 15.
찬실이는 복도 많지 (Lucky Chan-Sil) [2020] 리뷰 스포일러 어떤 다른 감독의 영화에서 충분히 봤을만한 익숙한 카메라 줌인, 익숙한 구도의 술자리, "여기에서 가장 바람 많이 피웠을 것 같은 사람은?" 유쾌한 술자리 게임 속 모두의 손가락이 홍상수 감독, 아니 그 어떤 감독을 가리킬 때 찬실(강말금)이 오랜 기간 PD로 함께 일한 감독은 갑자기 심장마비로 죽는다. 이 죽음 뒤에 찬실이 여태 함께 만들어온 영화들이 감독 저 혼자만의 작품이었던 양 찬실의 공은 무쓸모 취급받으며 찾는 이 없는 실직자가 된다. 가장 큰 고난은 역시 경제적인 문제다. 일단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찬실은 친한 배우 소피(윤승아)의 집에서 가사도우미를 하기로 한다. 소피가 집을 비운 사이 소피에게 불어를 가르친다는 김영(배유람)과 처음 만나게 되는데 영화를 왜 그만두게 되었냐고 자.. 2020. 10. 3.
Last of us 2 (라스트 오브 어스 2) 리뷰 스포일러 라스트 오브 어스 2는 엘리가 애비라는 여성에게 조엘을 잃게 되며 복수에 나서지만 그 과정에서 망가져가는 자신과 그 복수심 이면에 있는 조엘에 대한 자신의 죄책감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다. 복수의 결실을 앞두고 자신이 보살펴야 할 아이가 생기면서 느꼈던 감정으로부터의 공감과 과거 병원에서 구해지던 날 엘리 자신이 미처 보지 못했던 조엘의 구원을 애비에게서 직접적으로 목도하고 나서야 비로소 조엘에 대한 용서와 이해에 도달하며 엘리는 애비를 살려 보내 주는 선택을 한다. 적대적인 존재를 향한 공감과 복수심의 근간이었던 조엘의 모습을 복수의 대상인 애비에게서 발견하는 모습은 가히 비극적이다. 그리고 이 비극 속에서 피어나는 유약한 인간의 선택은 권선징악 같은 지질한 교훈을 위한 판타지보다 현실적인 공.. 2020. 9. 28.
The Lobster (더 랍스터) [2015] 리뷰 스포일러 영화는 어떤 여인이 한 당나귀를 죽이면서 시작된다. 언뜻 보면 여자가 사이코패스는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지만 많은 당나귀 가운데 특정한 당나귀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 여인을 보고 있노라면 그 여인에게서 그 당나귀를 향한 알 수 없는 분노가 저변에 깔려있음을 느낄 수 있다. 뒤에 나올 내용이지만 타인과의 로맨스적인 결합에서 도태되거나 버려진 인간이 누군가에게 분노가 살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면 참 아이러니한 광경이다. 데이비드(콜린 파렐)는 아내에게 버려진 남성이다. 45일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적절한 짝을 찾지 못하면동물로 폐기 처리되는 사회의 약속에 의해 데이비드는 호텔로 끌려간다. 동물이 돼야 할 때 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는 관리자의 질문에 데이비드는 평생 번식하는 랍스터가 되겠다 말한다... 2020. 9. 27.